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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가장 싫어하는 어느 날에 그 누구보다도 내가 나를 가장 싫어하는 어느 날. 내가 느끼고 있는 고통이 절대로 내가 잘못해서는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나를 싫어하는 내가 '그건 네가 부족한 탓이지'라고 소리높여 외치는 그런 날. 세상의 수많은 따뜻한 마음들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줘도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문제가 있는 게 맞지'라는 연기가 마음속 깊숙한 곳 어디선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날에. 부정적인 마음을 계속 가지게 하는 SNS 계정을 비활성화하고 부정적인 질투를 하게 하는 사람들의 계정을 남몰래 차단하며 그 행동 자체가 다시 끔찍하게 느껴지는 어떤 날에. 타인의 즐거움이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여지는 그런 날에. 나 자신을 의심하고 다그치는 것이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그런 마음으로 나를 다그쳐 얻.. 2022. 6. 6.
[2022.05.22 - 24] 목포 - 개인적인 일로 오송역 근처에 갈 일이 있었는데, 서울에서 한참 내려온 김에 다른 지역으로 가서 하루 이틀 지내고 올까 생각하며 오송역에서 갈 수 있는 KTX 구간을 보다가 목포로 향하기로 했다. 목포로 정한 이유는 단 하나, 평소 서울에서 출발하는 여행지를 고르라면 평생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 도시였기 때문. 보지도 않은 오래된 한국 영화 제목처럼 목포는 항구라는 정보 하나만 있는 상태에서 목포로 내려갔다. 특별한 목적도, 꼭 가고 싶은 곳도 없이 내려간 만큼 계획 없이 매 순간 가보고 싶은 방향, 먹고 싶은 곳을 어슬렁거리다 돌아왔다. - 숙소를 목포역 인근의 비즈니스호텔로 잡았는데, 알고 보니 목포역 인근은 구도심이라, 많이 낡은 풍경만 보였다. 일제강점기의 건축물들이 잘 남아있는 곳이라는 이야기.. 2022. 5. 24.
건포도와 파인애플 꽤 문제 될 소지가 있는 선언으로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 나는 건포도가 들어간 모카빵을 좋아한다! 한 가지 더. 나는 파인애플이 들어간 하와이안 피자와 하와이안 버거를 좋아한다! 농담이 아니다.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소리와 야유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하지만 나는 탄수화물과 치즈와 고기 등이 선사하는 텁텁함과 느끼함 사이에 터지는 새콤함을 사랑한다. 심지어 전통의 고깃집 반찬으로 등장하는 과일 사라다 (절대 샐러드가 아니다.)속에 들어간 건포도까지 차별하지 않고 골라 먹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마요네즈의 미끌거림을 상쇄해주는 건포도의 새콤함을 사랑한다. 이미 사라다 속의 사과로도 새콤함이 충분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지만... 건포도와 파인애플을 좋아한다고 하면 짐작할 수 있.. 2022. 5. 24.
돌이켜보고 기억하기 - 두 달 전, 유어마인드에 들러서 신간들을 둘러보다가 마땅히 끌리는 책이 없어 나온 지 오래된 작은 책을 하나 골라 들었다. 여러 해 전 독립출판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했던 J씨가 만든 책이었는데, 프로젝트는 1년 정도 진행했을 뿐이고 그 이후로 몇 번 만난 적은 없지만 SNS를 통해서 그분이 올렸던 사진들과 글들을 자주 챙겨보고 있던 차였다. 새 책에 관한 글이 올라올 때마다 봐야지 봐야지 생각만 하고 몇 년이 흘러버렸다는 것을, 어째선지 유어마인드에 갔던 그 순간에 떠올리곤 그 책을 구매했다. 작업실로 돌아와서는 잘 보이는 곳에 마련해 둔 '읽지 않은 책들' 더미 제일 위에 올려두었다. 책을 산 김에 한 번 안부 DM이라도 보내볼까 생각했지만 역시 이런 생각들이 대개 그렇듯 생각으로만 끝났다. '이미.. 2022. 5. 22.
코피와 희망 당분간 일을 멈추고 쉬어야겠다고 결심은 했지만,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를 몰랐다. 지금까지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해왔던 여러 해소 방식들을 똑같이 답습해도 되는 걸까? 예컨대 여행, 게임, 잠 같은 것들 말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쉰다면, 같은 방식으로 살아와서 생긴 내 문제들은 여전히 그대로인 채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또다시 비슷한 문제가 쌓여서 터지면 그것을 위해 비슷하게 고군분투하는 삶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나를 회복시킬 수 있는 휴식이 대체 무엇일지를 고민하며 수락해놓은 일들에 책임을 다하며 버티는 동안 시간은 빈틈없이 흘렀고 어느새 휴식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날짜가 다가왔다. 특별히 계획은 없었지만 보다 마음 편한 휴식을 위.. 2022.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