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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업데이트하기 2019년 12월 4일, 친구들과 함께 짧게 도쿄에 다녀오면서 그 여행이 마지막 해외여행이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언제나 다음 행선지를 머릿속에 염두에 둬놓고 있는 사람이었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일을 해나가는 형태로 지루한 일상을 돌파해나가는 사람이었다. 해가 바뀌어 2020년 1월에는 독일에서 일을 하고 있는 대학 동기 형에게 연락해서 5월에 독일에 갈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같이 히로시마에 여행을 갔던 일을 이야기하며 독일에 도착해서 대강 어디서 합류해서 어떤 도시를 다녀볼지 이야기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Covid-19 상황이 시작되었고, 예매했던 루프트한자 비행편을 환불받는 데 몇 개월이 걸렸다. 그리곤 계속해서 다음 하반기, 다음 해, 다다음 해에는 풀리겠지 하는 기대를 거듭해서 배신당하.. 2022. 6. 27.
좋아한 것들 #06 '좋아하는 것들'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는데 특별히 기간을 정해두진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대략 한 달을 기준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PL@Y2'라는 앱으로 감상한 콘텐츠를 기록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월말이 되면 한 달 동안 무엇을 봤나 체크하게 되어 그때 이 글을 쓸 생각이 나기 때문인지도. 글을 여섯 번째 쓰면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 여기 쓸 만큼 좋아한다는 기준은 대체 무엇일까 라는 질문인데, 최대한 관대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저열한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지점이 있다면 소위 명작이 아니어도 무엇이 좋았는지 여기 기록하자는 느낌으로. 음악 01. M.I.L.K - Poolside Radio Vibe 여름이 되면, 귀로도 시원한 음악을 듣고 싶.. 2022. 6. 27.
새 줄기를 뻗듯이 내 작은 집 한켠에는 유이 주니어가 살고 있다. 유이 주니어는 벌써 들인 지 4년이 된 작업실의 유일한 반려 식물 '유이'가 무럭무럭 자라 분갈이하면서 따로 떼어내 다른 화분에 옮겨심은 녀석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분리된 그 상태에서 작은 잎사귀 몇 개 정도를 만들며 조용히 겨울을 보낸 녀석이, 날씨가 따뜻해진 한두 달 전부터 갑작스레 완전히 새로운 줄기를 틔우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원래의 줄기보다 더 긴 포물선을 그리는 줄기를 만들고 있고, 계속해서 자라나는 중이다. 창문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팔을 뻗어버린 탓에 안 그래도 좁은 원룸에서 유이 옆을 지나갈 때 머리를 옆으로 피해서 지나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직사광선이 잘 들지도 않는 집인데 선인장의 일종이라면서 왜 한결 더 그늘진 곳으로 뻗어나가려고.. 2022. 6. 22.
아마추어의 처방전 근 며칠간 정신을 못 차리다가 다시 무언가 해볼 에너지가 생겼다. 다시 바닥을 딛고 수면위로 헤엄쳐 올라갈 에너지가. 이럴 때 재빨리 뭐라도 실행에 옮겨서 감정적 하강 나선의 각도를 조금씩 상향곡선으로 끌어 올려줘야 한다. 멘탈 관리의 아마추어지만 아무도 대신 해줄 사람이 없기에 책임감이 막중한, 내가 나에게 내리는 처방전. 현재 상황에서는 자기 자신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증상을 가지고 계세요. 생각을 쉽게 바꿀 수 있다면 너무 좋을 테지만, 그렇지 않기에 이런 증상이 생긴 거겠죠. 그렇다면 누가 봐도 '좋은 상태'로 스스로를 이끌어 보는 것은 어떠실까요? '좋은 것'이란 너무도 추상적인 가치라 설명하려면 한도 끝도 없지만, 처방을 드리는 저와 처방을 받는 당신은 다행히도 같은 사람이니까 대.. 2022. 6. 12.
좋아한 것들 #05 음악 01. 세이수미 - The Last Thing Left 몇 번 듣자마자 '이 앨범은 여름 내내 듣겠다.' 싶은 앨범. 이상하게 노랫말은 나중에 찬찬히 살펴보고 일단은 소리로 들리는 요소들을 즐기고 싶은 앨범이다. 여러 번 들어 이 청량감에 익숙해지고 나서야 가사를 살펴보고 다시 들으려고 한다. 02. Harry Styles - Harry's House 다른 걸 떠나서 첫 트랙 'Music for a Sushi Restaurant'의 매끈하게 잘 빠진 소리를 듣자마자 기분이 좋았다. 작업실의 BGM으로 반복해서 틀어놓고 있는 앨범. 03. SINCE - SINCE 16' 우연히 듣게 되었다. 다소 투박하게 들리는 랩이고 아마도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전혀 반대편에 있는 힙합일 테지만 래퍼의 첫 정규 .. 2022.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