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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읽는다고 말해도 되나 책을 열심히 읽던 차에, 작업실에 쌓여있는 책들이 생각났다. 사놓고는 몇 페이지 펼쳐보지도 않은 마음의 짐들. 그중의 하루키의 (비교적) 신작 '일인칭 단수'가 있었다. 나에게 하루키의 이미지는 오래전 유행했던 어떤 취향의 상징 같은 작가다. 상실의 시대나 1Q84를 읽을 당시의 감상을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현란한 말솜씨로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를 읽게 하는 사람, 내지는 글 중간에 꼭 야한 장면이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거나 군 복무 중이었음을 변명 삼아 밝힌다) 장황하게 등장하는 사람 정도로 남아있다. 아, 어쨌든 지금 기준으로 작품에 대한 구체적 인상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읽을 때만은 즐겁게 읽히는 작가라는 인상도 강하다. '일인칭 단수'를 샀을 때도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구매했던 것 같고. 어찌 .. 2022. 3. 30.
좋아한 것들 #02 써놓고 보니 이번에도 음악이 많다. 뮤지션 만세. 음악 01. Antonio Carlos Jobim - Wave 와 Tide 그리고 다른 앨범들 너무나 많이 들어봤던 이름이지만, 무심코 틀어놓은 플레이리스트에서 흘러나오던 것을 좋게 듣고 찾아 듣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들으면서 작성 중. 원래 재즈나 보사노바의 음악들은 작곡가를 모르고 남들이 만들어놓은 플레이리스트에 의존하는 편이지만, 클래식한 거장 정도는 알아두어야 하나 싶다. 02. Benny Sings - Music 처음 듣게 된 뮤지션인데 이 앨범은 7번째 앨범이고 작년에 'Beat Tape II'라는 앨범도 나와 있으니 관록 있는 뮤지션이다. 과거 음악들을 들어보진 않았지만 편하게 듣기 좋으면서도 트렌디한 비트를 구사하고 중요한 점.. 2022. 3. 28.
이상한 것들의 아름다움 'Museum Series'라는 명칭은 이 블로그의 주소가 되긴 했지만, 내가 몇 년 전 독립 출판했던 사진집의 이름이자, 지금도 가끔 느슨하게 이어나가고 있는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미술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만들어져 방치되거나 재조립되어 전시된 사물들, 그 사물들의 묵묵한 존재감과 기이한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된 작업이다. 굳이 이 프로젝트에 속한 작업이 아니더라도, 내가 나도 모르게 주목하거나 기록하게 되는 풍경들은 대개 그렇다. 화려한 광고판 뒤의 낡은 지지대들, 주차 금지라는 경고를 전달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재조립된 물건들(주로 주황색 라바 콘이 단골 재료다), 한 명씩 버린 쓰레기가 모여 만든 탑 같은 것들 말이다. 아름다울 리 없는데 왠지 아름다워 .. 2022. 3. 26.
다음에 오는 타투 2주 전 갑작스레 지금을 기록해야겠다는 강한 생각에 사로잡혀서 세 번째 타투 예약을 했다. 결심 시점은 다소 충동적이었으나 새기고자 한 내용은 꽤 오래전부터 머리 한구석에 생각해오던 것이었기 때문에 피부 한 켠 마음에 드는 삼각형을 하나 새길 수 있었다. 삼각형이 탄생한 의미를 짧게 설명하면, 늦은 독립을 기념하는 마음으로 나와 살게 된 첫 지역의 이름 어원인 '가장자리'를 담아 의뢰한 도안이다. 처음, 그리고 의미 있는 공간. 그러고 보니 공교롭게도 내 세 개의 타투는 모두 그 두 가지 키워드를 담은 비슷한 크기의 아이콘들이다. 계획한 것은 아닌데 몸에 새길만한 의미를 찾고 이미 새긴 것들과의 조화를 생각하다 보니 그렇게 되어버리고 있다. 첫 타투는 아마도 2018년, 하지만 새긴 것은 그 당시의 것이.. 2022. 3. 21.
산책길엔 오리가 있다. 작업실로 출퇴근하는 길을 걸어 다니기 시작한 지 벌써 5주가 되어간다. 쏟아지는 생각과 그로 인한 피로감, 무기력을 헤쳐나가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도망 다니듯 이리저리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면 12분, 버스를 타면 배차간격 운이 특별히 없는 날이 아니라면 15분 정도 걸리는 길을 굳이 30분이 넘는 시간을 걸어서 다닌다. 걷는 일은 그 자체로는 별것 아니지만, 몇 가지 조건이 함께한다면 확실한 기분 전환 효과가 보장된 방법이다. 지금 떠오르는 것만 나열해 보자면 - 1. 도착 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될 것. 2. 걷기 좋은 온도와 날씨일 것. 3. 그날의 선곡이 알맞을 것. 4. 지나치는 풍경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을 것 정도. 온도와 날씨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나머지는 .. 2022.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