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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돌아보기 올해 처음 감기에 걸린 날이 올해 마지막 주라니, 어제 갑자기 안 좋아진 컨디션으로 처방받은 감기약을 몸에 때려 넣고 오늘 하루 종일 침대에서 미적대다가 아홉 시가 다 되어서야 정신이 맑아졌다. 일도 약속도 없는 날 아파서 다행이지. 좋은 발병 타이밍 덕분에 마음의 짐 하나 없이 푹 쉴 수 있었다. '내일 뭘 해야 하는데' 생각 없이 누워있을 수 있는 날, 참 귀하다. 저녁밥과 약을 대충 챙겨 먹고 마저 누워있을까 하다가 올해 글 하나 정도는 써놓아야 홀가분하게 내년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옷을 챙겨입고 집 앞 카페로 나왔다. 올해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기억력이 좋지 않은 탓에 연말에 한해를 돌아보기가 굉장히 아득하고 막막하다. 이럴 땐 아이폰 사진첩과 인스타그램 기록을 참고로 기억을.. 2023. 12. 30.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생략) 선생님에게 아쉽지만 수업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고 전하며, 수업이 가능한 스케줄을 만들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둘러댔지만 사실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작업실 월세와 전세대출 이자율, 공과금과 택시비가 한 번에 올라버린 상황에서 1년을 채우고 그만두고자 했던 몇 가지 수업 중 지금 그만두어도 물거품이 될 것 같지 않은 수업은 역시 보컬 레슨뿐이었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하지 않아서 고른 것이 아니라 언제든 원할 때 다시 즐겁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수업을 신청하면서 원했던 목표 도 이뤄낸 지 오래기도 했고. 사람들에게 노래 부르는 게 좋다고 말하면 다들 '노래를 잘하나 보다.'는 답도 없는 기대를 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웬만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나.. 2023. 2. 13.
(2022년의 제목을 입력하세요.) 올 한해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계속 바래왔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의 부침을 겪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언젠가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 비롯된 바램이었을 것이다. 묵묵히 참으며 시간을 흘려보내기 힘들어 상담도 받고, 이 블로그도 만들어 억지로 글도 쓰고, 해외로 떠나고, 한참 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연락해보고, 운동하고, 노래 부르고, 슬퍼하고, 열심히 버텼다. 내 예상보다 깊고 오래도록 힘들던 마음이 점점 잦아들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이전의 나로는 이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게 된 이후다. 이전의 나로 돌아간다면 결국 다시 슬퍼질 테니. 생각을 다시 쌓아 올려서 '조금 다른 나 자신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고 생각하자 무력한 마음이 줄어들.. 2022. 12. 31.
어느 곳도 아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 사진집 를 위한 글 낯선 공간에 도착해 내가 살던 공간과 미묘하게 다른 공기를 한껏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고 나면, 그제야 멀리 떠나왔다는 감각이 피부로 와닿는다. 매번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많이 담아오겠노라고 혼자만의 다짐을 새기며 떠나지만, 어째선지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살펴본 사진들은 항상 기억 속 여행지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가상의 시공간 속 풍경처럼 보인다. 여행지에서 촬영한 사진이지만 ‘여행 사진’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망설여지는 이 사진들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어느 곳도 아닌. Nowhere의 풍경 속엔 현실 공간에 발을 딛고 있을 때에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던 무엇인가가 숨어 있는 것 같다. 이 이미지들 속에 남겨진 것들이 정확히 무엇일지 나 스스로 단호하게 확신할 수는 없다. .. 2022.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