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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흐릿해도 왠지 안경은 보여 느지막히 잠에서 깨서 안경을 항상 두는 자리에 손을 뻗었는데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어제 침대에 쓰러지기 전의 나는 어디다 안경을 뒀을까 잠시 생각해봤지만 기억이 없다. 흐린 눈으로 방을 바라본다. 시선이 뿌연 물건들을 지나 냉장고 냉동실 도어 위에 살짝 튀어나온 검은색 덩어리를 발견한다. 저기다 뒀네,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듯 자리에서 일어나서 냉장고 위로 손을 뻗어 물체를 잡는다. 역시나 안경이다. 선명한 시야를 되찾은 후 아침으로 먹을 시리얼과 그릇을 챙기다가 문득 신기하다. 어떻게 그 뿌연 형체를 보고 안경인지 바로 알았지? 안경잡이로 25년을 살다 보면 흐린 시야에서도 안경은 보인다. 시리얼을 힘없이 떠먹으면서 안경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흐린 시야에도 잘 보이는 사람이라면 꽤 좋은.. 2022. 7. 15.
'돌아오자 씩씩하게' 하루에 한 번씩은 스카이스캐너 앱을 켠다. 돈이 다시 모이려면 적어도 9월은 되야겠고, 추석과 겹치면 직장인들의 여행 시기와 겹쳐서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니까...9월 20일 이후가 좋겠다. 인아웃은 모두 평일로 하는 것이 저렴하고 이걸 별 고민없이 할 수 있는 게 프리랜서의 특권이니까, 목요일인 9월 22일 출발로 일단 선택. 출발은 인천, 도착지는 'Everywhere'로 설정. 짜잔. 대한민국부터 시작해서 저렴한 티켓 가격순으로 세계의 나라가 정렬된다. 머리로 이런저런 고려사항과 한계를 가늠해보면서 나라 하나씩 빼 나간다. '대한민국은 의미가 없고, 베트남은 저번 주에 다녀온 참이고, 일본은 관광비자가 언제 해결될지 모르지... 필리핀은 치안 문제 때문에 관광지가 아니면 갈 마음이 안 생기고, 대만? .. 2022. 7. 13.
[2022.06.28 - 07.04] 베트남 호치민 #07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다. 미리 신청해둔 출장 RAT 검사 시간이 오전 8시라서 이를 악물고 일찍 일어나야 했다. 대체 왜 그랬을까 과거의 나는. 사실 검사할 때가 다 되니까 출장 RAT 검사 자체도 돈이 좀 아깝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로비로 나가서 검사를 받았다. 한국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검사를 진행, 결과는 두 시간 안에 이메일로 보내준다고 한다. 불편하면서도 편리한 세상이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짐을 마저 쌌다. 항공편 출발시간이 오후 10시 40분이지만 일단 호텔 체크아웃은 정오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크아웃 전에 한번 외출했다가 돌아와서 씻고 나가려면 미리미리 나갈 준비를 다 해놓는 것이 좋다. 짐을 다 싸고는 이제 자그마치 네 번째 방문인 (.. 2022. 7. 10.
[2022.06.28 - 07.04] 베트남 호치민 #06 호치민의 어느덧 여섯 번째 날, 출국을 하루 앞두고 있는 날이 밝았다. 동시에 아무런 일정 예약이 없는 두 번째 날이기도 했다. 내일 숙소 체크아웃을 하면 짐을 들고 돌아다니기가 번거로우니, 오늘 여행선물을 사놓을까 하는 생각에 오전에는 선물을 살만한 곳을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또 마이 반미에 갔으나, 일요일 휴무인지 문이 닫혀있었다. 이제 슬슬 익숙해져서 제대로 찾아보지 않고 대강 움직인 벌이다. 마이 반미 앞에서 근처에 먹을 게 없나 검색해서 방문한 곳은 통일궁 근처의 'Phở Xe Lửa'다. 그 골목길 초입의 큰 Trung Nguyên Legend Café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있는 아늑한 곳이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현지인 두테이블 정도만 앉아있고 .. 2022. 7. 9.
[2022.06.28 - 07.04] 베트남 호치민 #05 토요일인 오늘은 두 가지 스케줄이 예정되어 있었다. 오후 3시의 필라테스 수업과 그 수업이 끝나자마자 이동해서 어제 예약해둔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는 일정. 아마도 그러고 나서 저녁을 먹으면 오늘 하루도 얼추 마무리될 것이다. 일단 오전부터 오후 2시까지 특별히 정해둔 일이 없으니 무엇을 할까 침대에서 고민하다 좀 괜찮은 공원을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치민 두 번째 날 7군의 공원을 잠시 들렀던 것이 좋은 느낌이었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호치민 + 공원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통일궁 근처의 '따오단 공원'이 제일 유명한 공원인 듯싶었다. 마침 호텔에서 걸어가기에도 적당한 거리다. 카메라를 챙기고 조식을 여느 때처럼 든든히 먹은 후 호텔 밖으로 나섰다. 즉흥적으로 결정한 목적지였는데 마침 호텔에서.. 2022.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