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2 Amore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이름이 내 머릿속에 들어온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대충 시부야 케이나 누자베스류의 일본발 음악을 찾아 듣던 시기였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으레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내가 빠져드는 계기가 된 곡은 'Merry Christmas Mr. Lawrence'였다. 들었을 당시 확실히 기억나는 것은 영화음악인 줄도 몰랐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한결 더 신비로워 보였던 제목으로 수많은 상상을 하게 하곤 했었다는 것이다. 어떤 감정을, 어떤 상황을, 어떤 기억을 떠올리고 만든 곡일지 상상하는 일 말이다. 그 당시의 나는 지금 현재에 비할 수 없는 몽상가(또는 망상가)였음을 알 수 있다. 연주를 듣고 있으면 대개는 눈이 내리는 넓은 평야를 상상하곤 했던 것 같다. 그 이후 몇 년간 .. 2023. 4. 3. 좋아한 것들 #13 '좋아한 것들'로 글을 쓸 때가 한참 지났지만, 그동안 보고 들은 것이 많지 않아 몇 주간 미루다가 이제서야 쓴다. 빠르게 새로운 것들을 계속 찾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면 지금은 그것과는 정반대의 시기다.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들이 극장에 걸렸다 금세 내려가고 있지만 별로 아쉽지 않은 시기. 마음이 동할 때 언제고 다시 찾아볼 수 있을 테니까 괜찮다. 음악도, 책도 마찬가지다. 아, 게임은 여전히 계속하고 있었지만 호흡이 긴 작품을 한참 동안 진행하고 있는 탓에 이 또한 쓸 내용이 없다. 음악 01. JUSTHIS & Paloalto - 4 the Youth 팔로알토의 랩은 언제나 든든하다. 비트와 랩에 충실하게 꽉 채워진 무려 22곡의 앨범. 주로 운동할 때 많이 손이 갔던 앨범이다. 02. 권진아 - T.. 2023. 3. 17. 잉크와 총탄 2022년 9월, 자주 같이 콘솔게임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친구들 중 한 명의 제안으로 새로운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총알 대신 잉크를 쏘며 플레이하는 게임 였다. 정신없는 빠른 경기 템포, 언제든 일발역전이 가능한 시스템, 승패가 킬 수가 아니라 팀 색깔로 칠해진 땅의 면적으로 결정되는 시스템 등을 처음 접했을 당시엔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지금껏 경험했던 타 게임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캐주얼한 플레이 감각에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에 빠져들었다. 단 3분 안에 게임이 끝나고 다시 시작되는 시스템의 영역 배틀은 압도적으로 밀려서 패배하거나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 부정적 경험의 양을 줄이고 '그럼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한 판 더?'의 마음으로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의욕.. 2023. 2. 26.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생략) 선생님에게 아쉽지만 수업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고 전하며, 수업이 가능한 스케줄을 만들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둘러댔지만 사실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작업실 월세와 전세대출 이자율, 공과금과 택시비가 한 번에 올라버린 상황에서 1년을 채우고 그만두고자 했던 몇 가지 수업 중 지금 그만두어도 물거품이 될 것 같지 않은 수업은 역시 보컬 레슨뿐이었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하지 않아서 고른 것이 아니라 언제든 원할 때 다시 즐겁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수업을 신청하면서 원했던 목표 도 이뤄낸 지 오래기도 했고. 사람들에게 노래 부르는 게 좋다고 말하면 다들 '노래를 잘하나 보다.'는 답도 없는 기대를 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웬만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나.. 2023. 2. 13. 좋아한 것들 #12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게 연말연초가 지나갔다. 새해에는 글을 좀 더 써봐야겠다고 했던 다짐이 무색하게 아무런 말도 기록하고 싶지 않은 한 달이었다. 일하지 않는 시간엔 운동하고, 게임하고, 누워있다가 설을 지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보니 오늘이 되었다. 머리 쓰고 싶지 않고 최신작의 불확실성을 감당하기 싫었기에 담아두었던 작품들을 많이 감상했던 달이 되었다. 음악 01. SINCE - HIGH RISK HIGH RETURN 최근에 자주 선택되는 운동 BGM 앨범. SINCE의 직진하는 발성이 직관적으로 좋은 의미의 공격성을 가지고 운동할 수 있게 한다. 02. 신해경 - 최저낙원 신해경은 항상 그만의 작법으로 음악을 만들기에 새로운 앨범을 들으면 언뜻 '항상 하던 것을 또 했구나'라는 막연한 .. 2023. 2. 2. 이전 1 2 3 4 5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