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 Series'라는 명칭은 이 블로그의 주소가 되긴 했지만, 내가 몇 년 전 독립 출판했던 사진집의 이름이자, 지금도 가끔 느슨하게 이어나가고 있는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미술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만들어져 방치되거나 재조립되어 전시된 사물들, 그 사물들의 묵묵한 존재감과 기이한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된 작업이다. 굳이 이 프로젝트에 속한 작업이 아니더라도, 내가 나도 모르게 주목하거나 기록하게 되는 풍경들은 대개 그렇다. 화려한 광고판 뒤의 낡은 지지대들, 주차 금지라는 경고를 전달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재조립된 물건들(주로 주황색 라바 콘이 단골 재료다), 한 명씩 버린 쓰레기가 모여 만든 탑 같은 것들 말이다. 아름다울 리 없는데 왠지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대체 왜일까? 내 자신의 결과물을 멀리 떨어져 객관적으로 보는 것에 자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쉬운 방식으로 넘겨짚어 보자면, 역시 그것들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일까? 나는 여러모로 곱씹어봐도 시장 가치가 높고(사람에게 쓸 말은 아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역할이 있고 나름의 가치가 있는 걸 누군가 인정해주길 바라는 욕망일까? 너무 뻔한 해석인가? 연속해서 물음표를 문장 끝에 달수밖에 없을 만큼 나는 내 자신을 규정짓는데 서투르다. 서투르다는 것만 확실히 규정짓는 사람.
이유를 찾는 일은 일부러라도 잠시 옆으로 제쳐두고, 결과로서 나는 기이하고 이상한 것들을 사랑한다. '이상하다'는 표현 자체가 너무 넓은 의미고 어설픈 표현인 것은 알지만, 내 빈약한 어휘력을 탓할 뿐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악한 의도가 없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한'이라는 긴 단어를 적절히 표현할 짧은 단어를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쉬울 뿐이고. 그래도 나는 이상한 것들, 이상한 사람들, 이상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이상한 것들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음악과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영화, 그밖에 수많은 창작물들에 매일 빚지고 살고 있으니까. 이상한 사람이 '이상한 취급'을 받는 사회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이상한 사람으로 존재하며 살아 나가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아마도 내 자신이 나도 모르게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버리는 유형의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욱 응원의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이상한 풍경과 사물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이상한 사람에 대한 응원으로 생각이 흘러와 버렸다. 아무래도... 나는 내가 찍는 풍경과 사물들에서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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