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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의 처방전

by 서곡 2022. 6. 12.

근 며칠간 정신을 못 차리다가 다시 무언가 해볼 에너지가 생겼다. 다시 바닥을 딛고 수면위로 헤엄쳐 올라갈 에너지가. 이럴 때 재빨리 뭐라도 실행에 옮겨서 감정적 하강 나선의 각도를 조금씩 상향곡선으로 끌어 올려줘야 한다. 멘탈 관리의 아마추어지만 아무도 대신 해줄 사람이 없기에 책임감이 막중한, 내가 나에게 내리는 처방전.

 

현재 상황에서는 자기 자신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증상을 가지고 계세요. 생각을 쉽게 바꿀 수 있다면 너무 좋을 테지만, 그렇지 않기에 이런 증상이 생긴 거겠죠. 그렇다면 누가 봐도 '좋은 상태'로 스스로를 이끌어 보는 것은 어떠실까요? '좋은 것'이란 너무도 추상적인 가치라 설명하려면 한도 끝도 없지만, 처방을 드리는 저와 처방을 받는 당신은 다행히도 같은 사람이니까 대강 어떤 것을 말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요. 그렇다면 그 '좋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 봅시다. 객관적으로 좋은 것이 주관적으로 좋은 것으로 무조건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구요? 맞아요, 하지만 그저 자기 위로일 뿐이라고 폄훼하고 싶더라도, 어떤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자기 확신을 스스로에게 부여한다면 나쁜 일은 아니겠지요. 

 

필라테스 10회를 재등록하셨다구요, 정말 잘하셨습니다. 운동 자체도 기분이 좋아지게 하지만, 아직도 100%라고는 할 수 없는 허리 상태를 나아지게 만드는 일이 장기적으로도 당신의 기분을 나아지게 만들겁니다. 모르긴 몰라도 적어도 쉽게 나빠지게 하지는 않겠죠. 일단 믿고 잔고가 허락하는 선에서 계속 해나가 봅시다. 세이브 더 칠드런에 기부하신 지 1년이 되었네요. 작은 돈이지만 그만큼이라도 세상이 나빠지지 않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게 중요하죠. 그냥 돈을 내고 보람을 사는 건 아닌지 회의감이 드신다구요? 백번 양보해서 그런 이유로 기부한다고 해도 당신이 낸 몇만 원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하니까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본인이 지키고 싶은 가치에 도움을 줄 수 있게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은 누가 봐도 좋은 일입니다. 트위터 계정을 비활성화하셨군요. 어떤 SNS를 어느 정도로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의 판단은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만, 본인 판단하기에 그 서비스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받는다면 안 하는 것이 좋겠죠. 나중에 감당할 수 있을 상황이 되면 다시 돌아가면 되지요. 그게 인생에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요즘 들어 영양제를 잘 안 챙겨 먹지는 않나요? 실제 건강에는 얼마나 효과를 보는지는 모르겠어도 스스로를 관리한다는 느낌을 위해서 먹어보면 어떨까요. 스스로를 관리한다는 느낌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느낌과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으니까요. 반년 정도 이런저런 제품들을 써봤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치약을 고르는 일처럼 다른 물건들도 본인 취향에 맞는 제품을 찾아가는 노력을 계속하시기 바랍니다. 재미도 느낄 수 있을뿐더러 취향을 찾아가는 것도 일종의 자기 관리에 속할 수 있겠죠. 기분 전환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겁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참 그만두고 있는 요리를 다시 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최근에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잠시 이야기가 나왔던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 것은 어떤가요. 매번 생각만 하고 실행에는 옮기지 않았던 것을 해치우는 것도 몸과 마음에 일석이조로 도움이 될 수 있죠. 연초에 결심했던 건강검진도 하루빨리 예약해서 해치우기를 바랍니다. 실행하지 않으면 불안감만 생기는 일인데 더 미룰 일이 뭐가 있겠어요? 

 

기억을 살펴보니 어제 2년 반만의 해외여행 항공권을 구매하신 것 같은데, 맞으시죠? 여행은 언제나 기본 이상은 하는 처방이었으니까 아마 이번에도 약효가 잘 들 겁니다. 새로운 도시를 보는 경험만으로도 평생을 살아가며 돌이켜 볼 수 있는 추억이 되겠죠. 최근에 아이패드를 구매하신 것도, 카메라를 구매하신 것도 언젠가 있을 해외여행을 생각하며 구매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제 활용할 때가 온 거죠. 특별히 꼭 가고 싶은 마음이 컸던 여행지가 아닌 만큼, 여행에서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여행을 다니는 본인의 태도와 루틴을 새로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해봐도 좋을 것 같네요. 혹시 알아요? 새로운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짤막하게 기록해놓은 여행 글들을 가지고 나중에 무언가를 만들게 될지. 아, 하지만 또 열심히 계획을 짜버리면 일이 틀어졌을 때 실망감도 큰 법이니까, 일단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그걸로도 충분하죠. 

 

기분이 바닥을 쳤을 때 생기는 묘한 부정적 에너지를 긍정적 행동을 하는 에너지원으로 활용해보도록 하세요. 스스로를 견뎌내느라 에너지가 없었을 때 피해 다녔던 것들을 정면 돌파했을 때 받는 성취감도 있으니까요. 저번 달에도 그런 접근 방식으로 큰 위로를 받았던 작품도 있잖아요.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찜 리스트를 살펴봅시다! 아, 침대맡에 놓여있는 몇 권의 책도 잊지는 마시고요. 전부 좋은 책일 겁니다. 당신이 안 봤으니 저도 안 본 거지만, 믿음을 가져도 될 만한 작가들이니까요, 아무래도. 제가 너무 많은 처방을 한 번에 준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모든 처방에 앞서서 우선하는 처방은, 본인의 상태를 우선시하라는 거에요. 본인의 상태를 나쁘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타인에게 얼마나 중요하든, 적당히 무시해버리시기를 바랍니다. 알죠 알죠! 그렇게 딱 잘라서 행동하지 못할 거라는 걸요. 거듭 말하지만, 저도 당신과 같은 사람이랍니다. 하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죠. 당신의 삶에서 당신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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