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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2 - 24] 목포

by 서곡 2022.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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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일로 오송역 근처에 갈 일이 있었는데, 서울에서 한참 내려온 김에 다른 지역으로 가서 하루 이틀 지내고 올까 생각하며 오송역에서 갈 수 있는 KTX 구간을 보다가 목포로 향하기로 했다. 목포로 정한 이유는 단 하나, 평소 서울에서 출발하는 여행지를 고르라면 평생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 도시였기 때문. 보지도 않은 오래된 한국 영화 제목처럼 목포는 항구라는 정보 하나만 있는 상태에서 목포로 내려갔다. 특별한 목적도, 꼭 가고 싶은 곳도 없이 내려간 만큼 계획 없이 매 순간 가보고 싶은 방향, 먹고 싶은 곳을 어슬렁거리다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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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목포역 인근의 비즈니스호텔로 잡았는데, 알고 보니 목포역 인근은 구도심이라, 많이 낡은 풍경만 보였다. 일제강점기의 건축물들이 잘 남아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 정도로 오래된 건물들이 가득할 줄은 몰랐다. 건물의 전면은 요즘 건물처럼 리모델링 되어있어도, 건물 옆 골목으로 들어가서 측면을 바라보면, 오래된 나무 창살이 붙어있는 옛 건축 형태가 그대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 지역의 상권이 계속 활기를 띠었으면 아마도 오래된 건물의 흔적들은 다 사라졌을 테니, 여행자가 걸어 다니기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안된 일이다. 산책하며 보니 공공프로젝트로 오래된 건물들을 근대 건축물의 형태 비슷하게 꾸며서 문화공간 등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것 같다. 내가 간 시점에서는 여러 군데에서 공사 중이었다. 목포역에서 동쪽으로 한참 가야 나오는 하당 신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상권이 발전된 모양. 그쪽도 한번 가봤지만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분위기여서 빠르게 돌아왔다. 여행지에서의 나는 항상 도심보다는 한적한 공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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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행은 대개 1박, 2박 정도로 짧게 하다 보니 몇끼 안되는 식사 기회에 지역의 특색있는 음식을 맛보러 다니다 하루가 다 가버리곤 한다. 목포에서 맛본 음식은 꽃게살, 산낙지 비빔밥, 새우 바게트, 중깐, 떡갈비탕이다. 그중에 베스트를 꼽으라면 꽃게살이다. 양념게장에서 살만 발라낸 정도의 맛이지 않을까 했는데, 빨간 비주얼에서 연상되는 맛과는 조금 다르게, 자극적이지 않았고 꽃게살의 풍미가 가득했다. 맵고 짜고 단맛의 양념게장보다는 고소한 맛에 가까웠다. 부족한 식감은 같이 나오는 콩나물을 같이 비벼 먹으며 채워주었다. 2인분 한 접시씩만 주문이 되어서 많을까 걱정했는데, 밥을 두 그릇 비우는 것으로 한접시를 다 먹는데 문제가 없었다. 예상보다 별로 였던 맛을 꼽으면 떡갈비탕. 그저 사골국물에 고기덩어리를 조합했을 뿐이고 특별히 그 조합에서 다른 장점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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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니까 당연히 바다도 볼 수 있겠지 했는데, 목포 앞 바다는 섬들이 많아서 탁 트인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는 가까운 곳은 없었다. 유달유원지 쪽과 항구 쪽을 둘러봤는데 어디든 마찬가지. 바다를 보면서 기분 전환을 하고 싶다면 목포는 좋은 선택지가 아닐 듯. 항구도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다. 그런 인상이다 보니 그 이후로는 계속 구도심 내부를 산책하는 방향으로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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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건축이 많이 남아있는 도시다 보니 박물관이나 역사관을 가볼까 했는데, 주로 돌아다녔던 날이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휴관이라 그러진 못했다. 독립서점이 있나 둘러보다가 지구별서점이라는 곳에 들러서 정세랑 작가의 여행 에세이를 한 권 샀다. 환경, 여성,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책을 들여놓으시는 듯했다. 살 수 있는 책의 개수는 많지 않았지만, 팔지 않고 구경할 수만 있는 책도 들여놓은 점에서 이 서점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읽혀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