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13 인간을 품평하는 능력 2022년에 인간을 조목조목 뜯어보고 품평하는 행위를 해도 되는 걸까. '이 사람은 얼굴의 이 각도가 장점이네, 몸의 이 부분은 문제가 있네. 이대로 대중들에게 선보일 수는 없으니까 고치고 내보내야겠다.' 미인 대회의 심사위원석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아니고, 성형외과 상담실도 아니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아이돌 연습생을 두고 고민하는 회의실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아니다. 슬프게도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생업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자주 쓰는 피사체라는 말은 '사진(寫眞)을 찍는 데에 그 대상(對象)이 되는 물건(物件).'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 피사체라는 사진을 찍히는 물건이라는 뜻의 단어를 아무런 거부감없이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곤 한다. 그 말처럼 사진기에 촬영되는 인간은 손끝으로 셔터를.. 2022. 8. 5. '돌아오자 씩씩하게' 하루에 한 번씩은 스카이스캐너 앱을 켠다. 돈이 다시 모이려면 적어도 9월은 되야겠고, 추석과 겹치면 직장인들의 여행 시기와 겹쳐서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니까...9월 20일 이후가 좋겠다. 인아웃은 모두 평일로 하는 것이 저렴하고 이걸 별 고민없이 할 수 있는 게 프리랜서의 특권이니까, 목요일인 9월 22일 출발로 일단 선택. 출발은 인천, 도착지는 'Everywhere'로 설정. 짜잔. 대한민국부터 시작해서 저렴한 티켓 가격순으로 세계의 나라가 정렬된다. 머리로 이런저런 고려사항과 한계를 가늠해보면서 나라 하나씩 빼 나간다. '대한민국은 의미가 없고, 베트남은 저번 주에 다녀온 참이고, 일본은 관광비자가 언제 해결될지 모르지... 필리핀은 치안 문제 때문에 관광지가 아니면 갈 마음이 안 생기고, 대만? .. 2022. 7. 13. 새 줄기를 뻗듯이 내 작은 집 한켠에는 유이 주니어가 살고 있다. 유이 주니어는 벌써 들인 지 4년이 된 작업실의 유일한 반려 식물 '유이'가 무럭무럭 자라 분갈이하면서 따로 떼어내 다른 화분에 옮겨심은 녀석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분리된 그 상태에서 작은 잎사귀 몇 개 정도를 만들며 조용히 겨울을 보낸 녀석이, 날씨가 따뜻해진 한두 달 전부터 갑작스레 완전히 새로운 줄기를 틔우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원래의 줄기보다 더 긴 포물선을 그리는 줄기를 만들고 있고, 계속해서 자라나는 중이다. 창문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팔을 뻗어버린 탓에 안 그래도 좁은 원룸에서 유이 옆을 지나갈 때 머리를 옆으로 피해서 지나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직사광선이 잘 들지도 않는 집인데 선인장의 일종이라면서 왜 한결 더 그늘진 곳으로 뻗어나가려고.. 2022. 6. 22. 건포도와 파인애플 꽤 문제 될 소지가 있는 선언으로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 나는 건포도가 들어간 모카빵을 좋아한다! 한 가지 더. 나는 파인애플이 들어간 하와이안 피자와 하와이안 버거를 좋아한다! 농담이 아니다.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소리와 야유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하지만 나는 탄수화물과 치즈와 고기 등이 선사하는 텁텁함과 느끼함 사이에 터지는 새콤함을 사랑한다. 심지어 전통의 고깃집 반찬으로 등장하는 과일 사라다 (절대 샐러드가 아니다.)속에 들어간 건포도까지 차별하지 않고 골라 먹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마요네즈의 미끌거림을 상쇄해주는 건포도의 새콤함을 사랑한다. 이미 사라다 속의 사과로도 새콤함이 충분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지만... 건포도와 파인애플을 좋아한다고 하면 짐작할 수 있.. 2022. 5. 24.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