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과 여행, 그리고 대부분은 게으름 탓으로 이전 글 이후로 3개월이나 걸려 다시 기록을 시작한다. 3개월 전에 경험한 작품들은 감상이 다소 가물가물하지만 최대한 기억을 끌어모아 써보기로 한다.
음악
01. Jack Harlow - Jackman.
느긋하게 누워서, 또는 목적지 없이 천천히 걸으면서 들으면 좋을 것 같은 느긋한 랩 앨범.
02. DeVita - Naughty
부드럽게 흘러들어오는 보컬. 킬링 트랙이 없다는게 단점일 수는 있지만 앨범 단위로 듣는 나에겐 오히려 좋은 점. 내 알고리즘 범위 안에서 아티스트가 방송활동을 잘 하지 않아 앨범의 퀄리티에 비해 대중적 인기가 없는 것 처럼 느껴지는게 아쉽다.
03. 보수동쿨러, 해서웨이(hathaw9y) - Love Sand
04. 이희상 - WHOEVER
앞으로의 행보를 찾아볼 만큼 매력적인 아티스트일지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일단 이 EP만큼은 듣기 좋다.
05. L'Imperatice - Tako Tsubo
06. 윤훼이 - YUNHWAY
선공개 곡 들어보고 기다려졌던 아티스트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윤훼이의 전작들을 다 챙겨 들어온 사람은 아니지만 기억 속에 이보다는 좀 더 말랑한 음악을 했던 아티스트로 기억하는데 이 앨범은 굉장히 공격적이다. 앨범 커버의 사진과 로고타입이 림 킴의 GENERASIAN이 떠오르기도 한다.
07. Metro Boomin - METRO BOOMIN PRESENTS SPIDER-MAN : ACROSS THE SPIDER-VERSE
08. 빈지노 - NOWITZKI
오래오래 앨범 좀 많이 내주십시오
09. 다이나믹 듀오 - 2 Kids On The Block - Part 1
이미 교과서가 된 듀오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니. 이렇게 오래된 커리어에도 아직도 할 말이 남아있다는 점이 대단하다.
10. 까데호 - FREEVERSE
11. E SENS - 저금통
좋은 의미로 - 랩보다 비트가 더 귀에 들어온다. 가사를 주의 깊게 듣고 있지 않아도 매 트랙의 비트만으로 충분히 귀가 즐거운 앨범.
영상
01.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그간 등장했던 캐릭터 서사들을 하나하나 마무리해 주는 느낌의 시리즈 마지막 작품.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템포 조절보다 그것을 우선시하는 느낌이라 다소 늘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기존 캐릭터를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가 본전도 못 찾는 작품들이 다수 등장하는 요즘 이 정도로만 챙겨줘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02. 혜미리예채파
솔직히 처음에는 '지구 오락실'의 아류가 아닌가 싶은 마음으로 일할 때 틀어놓기 시작한 예능. '지구 오락실'만큼의 파괴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시즌2가 나온다면 챙겨볼 만한 마음이 들 정도로는 차별화된 매력이 있었다. 타이쿤 장르의 게임을 하는 듯한 규칙에서 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면 더 색다르지 않았을까.
03. 캐나다 체크인
기획부터 결과까지 골고루 좋은 기획. 예능이지만 절반쯤은 다큐멘터리로서의 의미도 있다는 점이 좋다. 주변에 적극 추천하고 다녔었던 작품.
04. 나이브스 아웃 : 글래스 어니언
'클래식'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가져오면서도 필요한 순간에 클리셰를 배반하는 방식으로 명작을 만들어 냈던 전작을 두고, 그것을 다시 한번 배반하는 방식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작품.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로 과장된 배경과 설정 속에서 시리즈의 속편 같지 않은 이야기를 펼쳐낸다. 완성도가 떨어졌다면 전작을 넘어서려다 주저앉은 속편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본작은 다행히 충분한 완성도로 이야기의 설득력을 만들어 낸다.
05. 안도르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현세대 최고 아웃풋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이 '만달로리안', '로그원', '안도르'라는 것이 슬프고 웃기다. 이전에 공개되었던 '오비완 케노비'를 보고 처참한 완성도에 절망하고 있을 때 그것을 위로해 준 게 안도르였다. 12화라는 요즘 시리즈 기준 긴 길이를 충분히 활용해 다양한 위치,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급하지 않게 그려냈다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든다.
06. 킬러의 보디가드
팝콘 무비의 정석
07. 콰이어트 플레이스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조금만 더 말이 길어졌다면 매력이 없었을 것 같다.
08.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왠지 모르게 극장에 발길을 끊게 되었었던 기간을 단칼에 끝내준 작품. 압도적인 밀도의 영상과 전작보다 멀티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쌓아 올린 이야기, 그것을 충실히 도와주는 음악까지. 모두가 흥미롭다. 유일한 단점은 전체 이야기의 전편에 해당한다는 점이 아닐지.
09. 유전
미루고 미루다 본 아리 애스터의 장편 데뷔작. 왜 단숨에 주목받는 감독이 되었는지 바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 개봉 기념으로 본작이 재개봉해서 다행히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 중반부 이후로 계속 느껴지는 불안한 사운드 연출을 집에서 관람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듯.
10. 교장 (2020)
11. 돈 룩 업
처음부터 끝까지 낄낄거리며 즐겁게 봤다. 애덤 맥케이 감독의 전작들을 모두 재밌게 본 것은 아니라 걱정했는데, 개인적인 느낌상 이 작품이 전작들보다 훨씬 유쾌하고 편집감도 가벼워서 좋았다. 이 모든 말도 안되는 블랙코미디 소동이 하나씩 뜯어보면 현실에서 전부 일어나고 있는 말이 되는 이야기들이라는 점이 무섭다.
12. 바비
그레타 거윅이 바비를 어떻게 영화화했을지 참 궁금해서 챙겨 봤다. 결과물은 '납득은 가능하지만 감탄할 수는 없는' 작품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알기 쉽게 요약해 주는 페미니즘 입문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이 영화의 중요한 의미가 되겠지만, 동시에 그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을 줄줄이 대사로 읊는다는 점이 내가 이 영화를 끝내 좋은 작품으로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다. 영화의 유머 톤에 어울리지 못했다면 관람이 괴로웠을 것 같기도 했다. 다행히 많이 웃었기 때문에 관람 자체는 즐거웠다. 극장을 나오면서 그레타 거윅의 차기작은 현실에 발붙인 이야기였으면 하고 바랬다. (그런데 찾아보니 그렇지 못하겠더라...)
게임
01. Xcom 2
통솔하는 대원들 살리려 스트레스받으면서도 그만큼의 재미를 보장하는 시리즈. 전작 입문할 때는 몇 번이나 중도 포기했었는데 한번 익숙해지니까 즐겁게 플레이하게 된다. 확장팩까지 같이 구매했으면서도 처음 시작할 때 별생각 없이 오리지널 버전으로 플레이한 것이 좀 아쉽다. 추후에 여유가 있을 때 확장팩 버전으로 다시 플레이해 볼지도
02. 칼리스토 프로토콜
발매된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몇 가지 있는데, 이 게임을 플레이할 때 그것들이 그대로 적용됐다. 첫째는 웬만한 기술적 오류는 모두 고쳐진 상태라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다는 것, 둘째는 게임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목되는 요소를 이미 인지하고 감안한 상태로 플레이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꽤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데드 스페이스의 정신적 계승작으로 기대하고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근접 격투 호러게임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 후속작이든, 같은 제작사의 다른 작품이 나오든 좀 더 가다듬고 만들면 나아질 수 있는 여지가 보이는 작품이었다.
03. 마리오+래비드 킹덤 배틀
스위치 구매 초기에 사두고 중도 하차한 게임이었는데, Xcom 2를 플레이한 후 비슷한 장르 게임을 더 플레이하고 싶어 다시 시작, 이번엔 즐겁게 엔딩까지 진행했다. 기본에 준수한 전략적 플레이와 깨알 같은 유머 디테일을 가지고 있는 준수한 작품. 완성도에 비해 장르 자체가 호불호가 갈리는 터라 대중적 인지도는 없을 수밖에 없는 타이틀인 점이 아쉽다.
04. 페르소나 3 포터블
리마스터판으로 플레이했다. 발매한 지 얼마 안 되어 리메이크 버전을 출시한다는 제작사의 유서 깊은 판매전략에는 좀 짜증이 났지만, 같은 시리즈 4편과 5편을 즐겁게 플레이한 입장에서는 조악한 시스템과 삭제된 그래픽 컨텐츠에 실망하면서도 나름 즐길 수 있었다. 바로 리메이크판을 즐길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면 글쎄... 이 제작사 습관상 분명히 리메이크의 확장 버전이 나올 텐데 그때 고민해 보기로 한다.
05. 테일즈 오브 아이언
적은 볼륨과 단순한 시스템이지만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2D 소울라이크. 좀 더 발전된 시스템으로 후속작이 나왔으면 한다.
06. 갓 오브 워 : 라그나로크
PS2 시절 갓 오브 워(2005)의 첫 작품부터 주인공의 궤적을 따라온 사람이라면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2018년 작 갓 오브 워에서 보여준 큰 변화의 틀을 계승하며 디테일과 규모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개발했다는 느낌이 확연히 드는 차기작이다. 메인 스토리 이외의 사이드 스토리에서도 신화 속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연출이 가득해서 오픈 월드로서의 재미도 충실히 살렸다. 전체적으로 전투 연출의 강약이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장대한 이야기를 잘 마무리 해주었다는 점에서 기쁘다. 차기 '갓 오브 워'가 나올 때 크레토스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깔끔한 한 연대기의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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