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01. 토스터즈 - toasterz vol 1.0
‘듣기 좋게 토스팅 된 음악일걸’이라는 소개 문구에 맞는 가볍고 기분 좋은 트랙들.
02. 이찬혁 - ERROR
앨범을 듣고 첫 번째로 든 감상은 예상보다 평이하다는 느낌이었다. 앨범 발매 전까지 이찬혁이 보여준 행보가 있었기에 좀 더 컨셉에 충실한 앨범이, 좋은 의미로 기괴한 음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감에 비해 본 작품이 듣기 좋고 컨셉이 확실하기는 했지만 사운드나 곡 진행에 있어서는 예측 범위 안에 있는 무난한 결과물이라고 느껴졌다.
두 번째로 든 감상은 사람들이 이 정도의 음악과 컨셉, 무대에도 ‘파격이다’라고 느낀다는 깨달음. 인터넷의 이런저런 반응을 보게 되면서 이 정도 수준의 선택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과 대중성을 같이 가져갈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대중성을 판단하기란 정말 어렵다.
영상
01. 성덕
내가 '덕질'형 인간이 아니라서 덕질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을 언제나 가지고 살아왔다. 동시에 범죄자가 되어버린 누군가를 덕질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너무나 궁금해서 영화제에서 입소문이 났을 때부터 팔로우업하던 작품이었는데, 드디어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을 봤다고 내가 '덕질'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지만 팬덤의 경계 바깥에서 경계 안쪽을 잠시 보고 나온 느낌이 좋았다. 굉장히 날 것인 이 영화의 촬영과 편집방식이 완성도가 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이 작품의 솔직함에 힘을 보태준 것은 확실하다.
02. 텐트 밖은 유럽
방송인데 그래도 최소한의 대본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 평온함 그 자체인 방송. 이 아저씨들의 실없는 대화로만 흘러가는 여행을 계속 보게 되니 참 신기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은 사람이 요즘 세상에 얼마나 귀한지.
03. 추억은 방울방울
줄거리를 짧게 요약한다면 전혀 보고 싶어지지 않을 만큼의 평범한 내용이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연출들이 모두 좋았다. 중간중간 예상 못할 만한 연출적 농담도 보이고. 다만 20대 주인공인데 어린 시절의 모습과 갭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인지 광대뼈가 도드라지게 그려지는 작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04. 카우보이 비밥 TV판
클래식을 본다는 느낌으로 감상했다. 현재의 시점으로 볼 때 세련되진 않았지만, 놀랍게도 절대 낡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 작품이 후대의 다른 사이버펑크 창작물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짐작이 간다. 제일 쿨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주인공들의 서사에 집중하는 척하다가도 바로 다른 가벼운 에피소드로 방향을 틀어버린다는 점. 음악을 자주 사용하는 연출을 하다가 최후반의 제일 중요한 장면에서는 음악이 하나도 없는 연출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도. 시간 날 때 극장판도 챙겨봐야겠다.
05.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오래전부터 여기저기서 호평과 추천이 이어지던 작품이 드디어 한국에서 개봉. 하지만 걱정했던 대로 너무 큰 기대감은 작품 감상을 망치는 듯하다. 농담의 방향이 나와는 잘 맞지 않아서 웃음기가 없이 감상했고, 초반 웃기기 위해 강아지를 휘두르는 장면에서는 솔직히 짜증까지 났다. 마지막의 감동 포인트에서도 내용 전달을 위해 설정을 살짝 무시한다는 점이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못 적겠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보여주는 재기발랄함은 확실히 신선했기에 이 리스트에 올려둔다.
06. 어쩌다 사장 2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다른 방송인들과 배우들의 템포는 미묘하게 다른 것 같다. 전작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번에도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류의 TV 시리즈에서는 아무래도 등장하는 주연 연예인들의 다사다난 운영기가 강조되고 거기에 손님들의 서사가 서브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어쩌다 사장의 경우는 시골 마을이다 보니 그 마을 사람들의 관계성이 꽤 큰 역할을 차지하게 되어 더 마음 편하고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듯하다.
07. 수리남
초반에는 그다지 몰입해서 보지 못하다가 3화에서 4화로 넘어가는 부분부터 흥미가 생겨 즐겁게 보기 시작했다. 초반의 여러 가지 배경설명들은 드라마의 러닝타임을 감안하더라도 불필요하게 중언부언한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확실히 캐릭터가 구축되고 각자의 자리에서 격돌하는 후반부가 흥미롭다. 윤종빈 감독의 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필모중에 범죄와의 전쟁 이후로 오랜만에 즐겁게 본 작품이 되었다.
게임
01. 더 라스트 오브 어스 : 파트1
컷 신의 구도, 등장인물들의 대사, 이야기의 흐름만이 작품성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확실히 리빌드 버전의 파트1은 그 매력이 크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입체적인 사운드, 빛과 텍스쳐의 디테일, 캐릭터가 대사를 뱉을 때 짓는 더 자연스러운 표정 등이 모두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리빌드 버전은 큰 만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내내 즐겁게 플레이했다. 시간이 더 많았다면 파트2까지 이어서 플레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02. 젤다 무쌍 : 대재앙의 시대
게임에 ‘무쌍’이라는 단어만 붙으면 보장되는 어떤 재미가 있고 동시에 보장되는 어떤 지루함이 있다. 다만 본작에서는 BOTW 100년 전의 서사에 흥미를 느끼게 만들면서 그 지루함을 조금 덜어내고 있다. (없애줬다는 표현을 쓸 정도는 아니다.) 서비스로 넣어준 것 같은 몇몇 캐릭터를 제외하면 원작 캐릭터들의 100년 전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면서 게임에 자연스레 참여시킨다. 동시에 기존 젤다 시리즈의 시스템과 화법으로는 그려낼 수 없는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무쌍이라는 장르를 선택해 제작했다는 점에서도 장르와 이야기가 적절하게 착 달라붙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원작의 시스템을 무쌍 시스템 안에 잘 녹여내서 강한 적들을 상대할 때 시커스톤의 힘을 사용한다거나, 원소 상성이 있다거나 하는 방식도 소소한 재미. 하지만 역시 넘을 수 없는 벽은 잘 만든 무쌍도 역시 무쌍이라는 점이다. 스토리 배틀을 제외한 사이드 미션 등은 몇 줄의 텍스트 말고는 딱히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분량 채우기에 가깝고, 캐릭터들의 기술 등을 다 해금하려면 꽤 많은 반복 플레이를 해야 한다. 스위치의 한계가 느껴지는 프레임까지 생각하면 호불호가 갈릴 게임일지도 모르겠다. 내 경우엔 이런저런 단점을 고려해도 젤다 본편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한 번쯤 플레이해볼 만한 무쌍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것들
01.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역주행
발매 당시에 이 앨범을 듣고는 '윤하는 정말 한결같은 음악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좋은 의미로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은 음악을 만들어 부르는 아티스트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트렌디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음악이 차트에 올라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속으로 판단해버리고 기억에서 잊어버렸었다.
시간이 흘러 갑자기 차트에 이 노래가 천천히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역주행을 시작한 이유가 어떤 특별한 스캔들이 있거나 또는 밈이 되었거나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윤하가 그동안 여러 무대에서 계속해서 이 노래를 불러왔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물론 유튜브 알고리즘 정도는 개입했겠지) 트렌디한 장르가 아니어도, 얄팍한 바이럴 프로젝트에 열을 올리지 않아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꾸준히 노래하다 보면 그것에 반응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런 단순한 방법이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이니까.
픽션이라 생각하면 촌스럽고 고리타분한 성공 서사인데 요즘의 현실에서는 도무지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 더더욱 좋게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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