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01. 김목인 - 저장된 풍경
5월에 있었던 이랑x김목인 공연에서 새 앨범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잠시 들었었는데, 드디어 발매되었다. '저장된 풍경'이라는 말이 이 뮤지션의 음악을 잘 설명한다고 생각했다. 이 앨범뿐만 아니라 전작들도 포함해서 그의 음악은 대개 '저장된 풍경'으로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앨범에 실린 곡들이 이전 곡들에 비해서 풍경이 잘 안 떠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아직 이 앨범을 들을 날이 많이 남았으니, 조금 더 듣다 보면 떠오르는 풍경과 감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02. 자우림 - HAPPY 25th JAURIM
항상 신작을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이런 앨범 하나로 추억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지.
03. 한정인 - Spells
코스모스 슈퍼스타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내왔던 뮤지션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낸 신보. 처음 듣고는 키라라의 음악들이 생각났는데, 좀 더 듣다 보니 이거 그 목소리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엔 살짝 어긋난 박자들이 주는 그루브와 목소리만으로 박자감을 만들어내는 대단한 보컬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때로는 솔직한 직선주로를 정박으로 달리는 전자 사운드와 마찬가지로 순수하게 뻗어나가는 보컬- 이 주는 천진난만함이 듣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종종 듣게 될 것 같은 앨범.
04. Bronze - Skyline
'시티팝'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동시에 말끔하고 세련된 음악을 만드는 국내 뮤지션이라고 하면 브론즈 이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전작인 'East Shore' - 'Aquarium'의 연장선에 있고 좋은 의미로 한결같다. 30도를 웃도는 이런 날씨에 귀라도 시원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앨범.
도서
01. 민정원 - 홍조는 묘르신
전작 '홍조 일기' 이후 5년간 쌓아온 이야기들을 가득 담은 책. 흔한 인스타그램 만화의 자극적인 섬네일과 요란한 타이틀 없이 홍조와의 5년이라는 시간을 차분하게 만화로 담아 내온 힘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상
01.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시즌 1에서 열광했다가, 2와 3을 거쳐 이제 더 이상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는 것은 지루한 동어반복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걱정을 날려주고 다시 시즌1의 요소들을 끌고 와 멋지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즌이 되었다. 어떤 등장인물의 위기를 통해 그간 시즌의 장면들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쌓여온 '시간'을 이야기에 녹여냈는데, '탑 건 : 매버릭'을 보고서도 생각했지만 시간이라는 요소를 이야기 속으로 잘만 끌어들이면 보는 사람이 무장해제 될 수밖에 없는 듯. 이번 시즌 새로운 캐릭터인 에디 먼슨의 캐릭터를 소개하고, 짧은 에피소드만에 세계관에 적절히 녹여내는 과정도 흥미롭다.
02. 헤어질 결심
고백하자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감정이 하나도 동요하지 않았다. 왜인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지만 철저하게 냉정한 기분으로 분석하듯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는데, 보통 이런 식으로 영화를 보게 되면 대개는 냉소적인 비판점만 보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바라봐도 너무나 잘 빠진 영화여서 그것만으로 충분히 재미있었다. 너무 구성적으로 잘 빠져서 감정이입을 못 했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 템포, 장면 전환, 대구를 이루면서 진행되는 수많은 요소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역시 박찬욱 감독이 조금 더 많은 작품을 더 변태같이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램이 절로 생긴다. 그런데 영화 완성도에 비해 충격적으로 흥행을 못해서 (손익분기점은 넘은 것 같지만...) 너무나 안타깝다. 좋은 작품이 잘 돼야 하는데.
03. 미즈 마블
마블 드라마 사상 최악의 스코어를 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에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보는 내내 왜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싫어했을까 궁금증만 머리에 남았다. 내가 보기엔 충분히 잘 만든 캐릭터 소개 영화이면서 틴에이지 성장물이기 때문. 'MCU'라면 자고로 일정 규모의 스펙터클이 있어야 하고 기존 캐릭터와 연계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하지만 이미 그런 쪽으로는 '로키'나 '호크아이', '문나이트'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어린 캐릭터를 소개하는 드라마 정도는 가볍게 가도 괜찮지 않나 생각해본다. 마블 어린 히어로들의 연합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04. 썸머 필름을 타고!
사랑하는 분야에 처음 뛰어들 때의 그 불안하면서도-행복하며-맹목적인 에너지를 알고 있다면 미소 지으며 볼 수밖에 없는 영화. 하나하나 따져가며 보기보다는 그 치열한 에너지를 흐뭇하게 감상해야 하는 작품이다. 영화와 별개로 포스터 이미지가 아주 좋다.
05. 유포리아 스페셜 에피소드 (2020)
재생하곤 적잖이 당황했다. 두 가지 에피소드 모두 한 시간 분량의 80% 정도를 한정된 공간에서 두 명의 등장인물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구성했기 때문. 개인적으론 정말 좋지만, 정말 이런 연출의 에피소드를 구상하고,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실제로 제작하게 된 프로세스가 궁금하다. 그나저나 유포리아 시즌2를 보고 싶은데 지금 한국에서는 서비스하는 곳이 없네.
게임
01. 앨런 웨이크 (리마스터)
원작이 나왔을 때부터 관심이 있던 게임이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결국 리마스터판이 나오고 나서야 플레이하게 되었다. 스티븐 킹적 고전적 미스터리-호러 분위기를 충실히 재현하는 것이 이 게임의 미덕이고, 같은 세계관의 후속작인 '컨트롤'에 가서는 SCP적 세계관까지 나아가게 되니 이 세계관이 앞으로 쭉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행히 공포&생존 게임 컨셉으로 앨런 웨이크2가 개발 중이라고) 실제 게임 플레이만으로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발견할 수 있는 텍스트, 라디오 드라마 등 복합적인 전달 방식을 활용한 것도 흥미로웠다. 과하게 잘 보이게 배치된 QR코드를 실제 카메라로 찍어보면 유투브에 제작사가 올려둔 클립이 재생되기도 하더라. 전투가 다소 지루하고 스트레스받는 방식인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이야기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
02. 인투 더 데드 2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게임을 처음 플레이해봤는데, 게임의 재미를 떠나서 과금 요소가 없다는 점이 너무 흥미로웠다. 아마도 일반 버전에서는 과금 요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넷플릭스 버전으로 플레이를 하면 게임 내의 모든 컨텐츠에 조금의 노가다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이 아주 쾌적했다. 이미 가챠요소가 가득한 모바일게임들에 익숙해져서 과금 요소가 없는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 하는게 오히려 생경한 느낌이 들 정도. 이런 식으로 과금유도가 제거된 버전을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한다면 나름대로 모바일 게임계에서의 경쟁력이 생길지도? 하지만 역시나 아직은 이렇다 할 대작 라인업이 없는 게 아쉽다.
다른것들
01. 현대카드 Curated 76 김목인 4집 [저장된 풍경] 발매 기념 콘서트
비가 왔던 날 진행되었던 공연. 그래선지 좌석 뒷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좀 안타까웠다. 좋은 예술가들이 더 돈을 많이 벌었으면. 계속 작업할 수 있는 정도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으면.
02. 라이카 시네마
요즘 많이 신세를 지고 있는 영화관. 아무리 생각해도 수익이 날 것 같지 않은데 쾌적함을 잘 유지해주고 있어서 고마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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