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보았던 드라마 세 작품 중 두 편이 좋았고, 보았던 공연 두 개가 다 좋았고, 영화 두 개 중 하나가 좋았다. 꽤 좋은 성공률의 문화생활.
음악
01. Portico Quartet - Memory Streams
BADBADNOTGOOD이 생각나게 하는 구성의 재즈 기반 밴드. 이 앨범뿐만 아니라 Next Stop, Monument라는 앨범도 같이 듣는데 계속 손이 가는 음악들이다.
02. Mamas Gun - Cure the Jones
Golden Days 발매 당시(2018년) 마마스건을 처음 들었는데 이름과 다르게 장르가 소울풀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신보가 나왔다길래 들어보면서 이전 음악도 찾아들어 보는 중. 한낮에 요리할 때나 누워있을 때 틀어놓고 감상하기 좋다. 어떤 무드를 만들어주는 음악들.
03. Hi-Fi Set - CD & DVD THE BEST Hi-Fi Set
시티팝의 카테고리에 이 음악도 들어갈까? 장르명에서 떠오르는 대도시의 무드보다는 조금 더 편안하고 정직한 소도시적 음악을 들려주는 팀. 가사는 몇 가지 쉬운 단어만 들려서 잘 모르겠지만... 이런 목소리, 박자, 음악으로 베베꼬인 이야기를 부르진 않았을 것 같다.
04. Portishead - Dummy
앨범 커버 아트만 수도 없이 봤지만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 첫 감상은 '1994년 앨범임이 믿기지 않는다'였다. 투박한 사운드지만 이런 사운드를 지향하는 밴드가 올해에 앨범을 냈다고 했어도 믿었을 것 같은 앨범.
05. 김오키 - 안부
영상
01. 소년심판
김혜수 님의 연기 지향점이 향하는 방향이 내가 좋아하는 방향과는 다른 지점으로 가고 있어 좀 아쉬웠지만, 그 외에 주연 및 조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연기 보는 재미로 한 시즌을 다 봤다. 기억에 남는 것은 심달기, 이정은 배우. 그리고 악역도 선역도 아닌 미묘한 영역 안에서 절묘한 연기를 하는 이성민 배우.
02. 유포리아 (시즌1)
소년심판과 다르게 연출력과 완성도에 놀랐다. 시즌의 처음부터 끝까지 젠데이아의 내레이션과 함께 과거와 현재 장면들을 수도 없이 교차해서 진행하게 되는데, 그 시공간 이동의 빈도가 근래 보았던 어떤 영상물보다 많았음에도 이야기의 흐름에 재미를 주면서 관객을 따라가게 만들었다는 점이 놀랍다. 조명과 촬영의 활용도 놀라웠고, 주로 약물 관련한 상황이나 날 선 심리를 묘사할 때 등장하는 다채로운 연출 방법들도 보기 즐거웠다. 사운드와 음악 활용도 굉장히 패셔너블해서 일부러 헤드폰을 끼고 큰 볼륨으로 감상하기도 했다. 에피소드 8개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지지부진하지 않고 뛰어넘을 이야기들은 과감하게 건너뛰어 버리는 방식도 좋았다. 엔딩 시퀀스에서는 침대에 비스듬하게 누워 보다가 허리를 세워 바로 앉았다.
03. 우연과 상상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정말 각본을 잘 쓰는구나 싶다. 장편 영화인 <드라이브 마이 카>와는 다르게 단편 세 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이고, 전반적인 연출의 규모와 밀도가 비교할 수 없게 작은 작품이지만 그런 소품에서도 빛나는 대화 장면들이 돋보인다. 사실, 단편 세 작품 모두 조금의 비약을 섞으면 대화밖엔 없다. <콩트가 시작된다>에서 인상적이었던 후루카와 코토네 배우가 인상적인 캐릭터로 다시 등장하고, 2부의 나오 역할을 한 모리 카츠키라는 배우도 인상적이었다. 영화라는 매체로 감상한 이야기지만, 소설이었어도 인상적이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시 한번 '큰맘 먹고 해피 아워(5시간) 봐야 하는데'하는 생각을.
다른것들
01. 김사월 쇼 : 사월을 기다리는 노래들
사실 기존 곡을 들려주는 공연이 아니라고 해서 예매하기 망설였던 공연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정말 좋았다. 좋게 느낄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요새 여러 공연에서 도입하기 시작한 문자 통역 때문일 것 같다. 청인으로서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노래를 감상하는 데에는 자막이 크게 필요가 없지만, 이 공연처럼 처음 듣는 노래들을 들을 때에는 문자통역 시스템으로 흘러나오는 가사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김사월이라는 뮤지션의 가사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해서 더더욱.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 '칼', '백화점 지하에'라는 노래들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창작물을 감상하다 보면 종종 생각나는 책 중에 <찍지 못한 순간에 관하여>라는, 찍지 못한 사진을 기록한 글들을 모은 책이 있다. 김사월씨의 가사를 보며 노래를 듣다 보면 그 책에 실린 글들이 자주 생각난다. 어떤 풍경이 그려지고 거기에 감정이 같이 딸려오는 감각.
02. 김목인 x 이랑 듀엣 공연 : 음악가란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본다.
오랫동안 좋아해 오던 두 뮤지션의 합동 공연. 위의 김사월 공연과 마찬가지로 문자 통역이 제공되었고, 처음 듣는 몇몇 노래(이랑 씨의 Pain On All Fronts라는 노래는 특히)의 감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불편한 식탁을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어 예매했던 공연이기도 한데 역시 연주되었고 즐겁게 들었다. 음악들 사이의 대화들도 참 좋아서 그 많은 너스레와 핀잔들 사이에 좋은 음악들이 틈틈히 연주되는 공연의 리듬감이 좋았다. 무대에서 뮤지션들이 했던 말 처럼 1년 후에 다시 듀엣 공연을 볼 수 있기를. 좋은 창작물은 대개 그렇지만 이런 공연을 보고 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지고 한참을 걷고 싶게 한다. 이 공연을 본 후에도 한 시간 정도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방향 없이 길을 걷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03. 아라리오 갤러리의 내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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