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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1

서곡 2022. 10. 17. 20:20

긴 글이 되지 못할 메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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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사소한 약속만을 잘 기억하는 사람은 말하지 못한 실망감에 조금씩 몸이 젖고 별거 아니라 생각했던 것들이 쌓여서 무시할 수 없는 배신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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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없는 사람의 표정은 다른 사람이 바라는 감정으로 오독되기 쉽다. 나는 몇 번이고 내가 웃지 않은 농담에 웃은 사람이 되고 몇 번이고 내가 무시하지 않은 의견을 무시한 사람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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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다시 성립되지 않을 순간을 머릿속에서 떨치는 것이 힘든 나날이다. 고통을 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데 고통은 왜 계속 느껴지는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이유가 정말 존재한다면 필연적으로 내가 범인인 일이라 다른이 누구에게도 탓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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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실 나는 그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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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딛고 있는 땅을 다시금 두드려 본다. 하지만 지반이 단단한지, 잠재적 싱크홀이 될 침식이 남몰래 진행되고 있는지 나로선 전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