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8 - 07.04] 베트남 호치민 #06
호치민의 어느덧 여섯 번째 날, 출국을 하루 앞두고 있는 날이 밝았다. 동시에 아무런 일정 예약이 없는 두 번째 날이기도 했다. 내일 숙소 체크아웃을 하면 짐을 들고 돌아다니기가 번거로우니, 오늘 여행선물을 사놓을까 하는 생각에 오전에는 선물을 살만한 곳을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또 마이 반미에 갔으나, 일요일 휴무인지 문이 닫혀있었다. 이제 슬슬 익숙해져서 제대로 찾아보지 않고 대강 움직인 벌이다. 마이 반미 앞에서 근처에 먹을 게 없나 검색해서 방문한 곳은 통일궁 근처의 'Phở Xe Lửa'다. 그 골목길 초입의 큰 Trung Nguyên Legend Café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있는 아늑한 곳이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현지인 두테이블 정도만 앉아있고 한산한 상태였다. 나는 TV 방송이 잘 보이는 작은 테이블에 앉아서 해산물 쌀국수를 주문했다. 베트남 TV 방송을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고 화면만 봤는데 송출 해상도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 레스토랑의 한계였을 수도 있지만. 쌀국수는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으나 갑작스레 찾아온 집 치곤 만족스러웠다. 빠르게 일어나려고 했는데 마침 소나기가 쏟아져서 잠시 비를 피하다가 잠시 소강상태인 틈을 타 그랩을 호출해 소품 편집샵인 'Vesta Lifestyle & Gifts'로 이동했다.
'Vesta Lifestyle & Gifts'는 이름처럼 소품들을 큐레이션 해서 파는 편집샵인 듯했다. 여행 내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2군에 위치해 있었고, 근처에 빈컴 메가 몰이라는 쇼핑센터도 있으니까 마트에서 살만한 것도 살 수 있겠다 싶어 낙점한 곳이다. Vesta의 규모는 크지 않았는데, 종류는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2층까지 둘러보고는 작은 그릇 종류와 레몬그라스 아로마 롤온, 집들이 선물용 배스 밤을 샀다. 절반 정도는 가방이나 옷 종류여서 딱히 내가 관심 있어 하는 품목들이 아닌 게 아쉬웠다. 손에 종이 가방을 들고 부슬부슬 오는 비를 맞으며 빈컴 메가 몰로 이동. 지하에 있는 마트에 들어가니 이름답게 큰 마트가 펼쳐졌다. 선물 사려고 작정했으면 오기 전에 아이템 서치를 해서 적당한 마트 물건들을 샀겠지만, 일단 캐리어가 크지 않아서 많이 사봤자 처치 곤란이기에 뻔하지만 잘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쌀국수와 말린 과일 종류만 몇 개 샀다.
점심 먹을 때가 되어서 생각해보니 이번 여행에서 분짜를 한 번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분짜가 북부 하노이 쪽의 음식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호치만에 분짜 맛집이 당연히 있겠지 싶어 역시나 바로 검색. 제일 많이 후기가 올라온 곳은 'Quán NEM'이었는데, 양손에 봉투를 들고 방문했지만 매장 입구부터 시끌벅적하더니 유리문 안쪽에 적어도 15명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곤 빠르게 퇴장 했다. 대기가 있어 먹지 못한 유일한 호치민 식당이었다. 꾸안 넴 옆의 그늘진 곳에서 빠르게 검색으로 찾은 다음 후보인 'BÚN CHẢ PHỐ CỔ'로 바로 이동했다. 좁고 작은 식당이었는데 다행히 이곳은 테이블이 남아있어서 빠르게 착석. 분짜와 넴쟌을 따로 시켰다. 빠르게 나온 요리는 역시 맛있었다. 분짜의 경우 확실히 한국의 잘하는 식당에서 먹는 소스 맛과 현지의 소스 맛이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다만 베트남에서 먹을 때에는 더 많은 종류의 향채를 같이 맛볼 수 있지. 이곳에서는 처음으로 바나나 줄기 채를 먹어봤다. 특별한 맛이나 향이 있는 것은 아닌데 식감 때문에 넣는 듯했다. 넴쟌도 바삭하게 튀겨져서 분짜 소스에 찍어먹기 딱이었다. 기분좋게 맛있게 한끼를 마무리했다.
분짜까지 먹은 이 시점에서는 더 이상 먹어보고 싶은 베트남 요리가 없는 상태였다. 숙소에서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 어디를 갈지, 저녁은 무엇을 먹을지 검색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딱히 의욕이 안 생겼다. 베트남 요리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국적의 식당을 검색하다 숙소 근처의 'Pizza 4P's'라는 곳이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굉장한 고평가 식당인 것을 발견하고 가보려고 했으나 저녁 시간에 바로 들어가면 또 기다려야 할 것 같아 마음을 바꿔 내일 점심으로 예약해놓았다. 마지막 날 정도는 그냥 먹고 싶은 걸 먹자는 마음으로. 저녁 메뉴로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결국 결정한 것은 'Quan Bui'라는 곳으로, 숙소에서 걸어서 가깝고 (중요한 포인트) 평점도 괜찮은 레스토랑이었다. 슬슬 어둑해지기 시작할 때쯤 숙소를 나와서 식당으로 갔다. 이미 사람이 많은 상태였는데, 한 명이라고 하니 자리에 앉아 10분 정도 기다리라고 해서 벤치에 앉았다. 10분을 훌쩍 넘어 20분쯤 기다려 안내 받은 장소는 가족이 식사하는 큰 테이블 모서리에 합석하는 것. 바로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의자 하나정도는 띄워 앉게되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으나... 식사할 때 자꾸 옆자리의 할아버지가 계속 내 쪽을 쳐다봐서 신경이 쓰였다.
방문하기 전의 생각으로는 고기가 먹고싶어서 '넴 느엉'같은 종류의 요리를 시키려고 했는데, 점원에게 말하니 오늘은 그 메뉴가 없다고 안내해줘서 허탈한 마음으로 적당히 다른 메뉴를 시켰다. 구글 리뷰에서 맛있다고 했던 허니 소스 닭튀김 요리와 새우, 토마토, 딜이 들어간 수프. 그리고 넴쟌를 시켰다. 맛은 적당히 먹을만 했지만 요리가 주문 후 20분 넘게 기다려서 나왔고, 자리를 받기 위해 기다린 시간을 포함하면 거의 50분을 기다려 음식을 먹은 셈이니 이 식당에 대한 좋은 평을 하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허니 소스 닭튀김 요리도 맛이 있긴 했으나 딱 맥주 안주용의 달고 짠 맛이어서 식사로 곁들이기에는 조금 부적절한 선택이었다. 금액도 베트남 물가 기준 비싼 곳이었으니 딱히 남들에게 추천할만한 식당이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조금 찝찝한 마음으로 식당을 나왔다.
식당을 나와 향한 곳은 'Thức Coffee'였다. 호치민의 대다수 카페와 식당들은 밤 9시가 넘어가면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24시간 영업하는 카페를 찾으니 이곳이 나왔던 것. 지점이 여러 개 있는 듯한데 내가 방문한 곳은 통일궁 옆, 호치민 3일 차에 방문했던 프로파간다 옆에 위치한 곳이었다. 일반 커피를 시키면 달게 나올 것 같아 차라리 다른 걸 시키기로 결정하고 바나나 초코 음료를 받아 작은 테이블에 앉아 여행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10시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있었는데도 카페 안은 굉장히 시끌벅적했고,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안쪽의 시원한 테이블보다 문 바깥의 임시 좌석에 젊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내가 모르는 포인트가 있는지도? 에어컨과 와이파이가 필요한 여행자는 조용히 안쪽 테이블에서 자리를 지켰다. 한 시간 반을 썼는데 하루치 글밖에 정리를 못 했다. 여행기라는 건... 대단한 노동이구나... 글을 업로드하고 남은 바나나 초코를 들이킨 후 숙소로 돌아와서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