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8 - 07.04] 베트남 호치민 #02
두 번째 날은 아침을 여는 필라테스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호치민에서 왠 필라테스냐 싶지만 왠지 이번 여행에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여행을 해보기위해 이전까지의 여행과 조금 다른 접근을 해봤는데, 그중의 하나가 현지에서 운동하기인 것. 서울에서 필라테스 수업을 받고있는 터라 그것을 해외에 나가서 유지한다는 느낌으로 사전에 수업 예약을 해놓았다. 원래 바램으로는 영어가 가능한 로컬 필라테스 센터를 에약해 수업받는 것이 목표였지만 원데이 클래스가 없는 경우가 많아 부득이하게 7군(푸미흥 - 한인 타운) 한인 필라테스 센터를 찾아 수업 두 번을 예약하게 되었다. 이번에 처음이니까 이대로 진행하고, 다음 여행에서 다시 도전해보기로. 일단 오전 9시 30분에 운동을 해야 하니 일찍 일어나서 호텔 조식을 먹었다. 보통 저렴한 호텔의 호텔 조식이라고 해봐야 토스트와 계란 후라이, 버터, 잼, 시리얼, 커피 정도가 전부인데, 이곳은 간단한 동남아식 요리, 과일, 볶음밥 종류와 심지어 김치까지 구비를 해놓았다. 계란 후라이는 주문하면 직접 만들어주는 정성까지. 이번 여행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았던 부분 중 하나다. 어쨌든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으니 그랩을 불러 7군으로 출발.
이번에 예약한 필라테스 센터는 '라인 필라테스'. 인스타그램으로 한국어 문의를 할 수 있어서 강사분과 일정을 조율하기에 편했다. 센터에 가보니 한국인과 베트남 사람이 어느 정도 섞여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1:1 수업 신청을 했기에 한국인 선생님과 따로 수업을 진행했다. 본래 서울에서 나의 강사님과 진행도 다르고 운동하는 동작도 많이 달랐지만 그래서 새로운 기분으로 즐겁게 운동-당했다. (역시 다음 날 전신 근육통 생김) 수업이 끝나고 베트남 돈으로 결제를 진행하고 센터를 나왔다. 몸이 피곤하긴 했는데 7군까지 나왔는데 그대로 숙소로 돌아가긴 그래서, 구글맵으로 근처에 꽤 널찍한 공원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쪽을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공원 이전에 센터 근처에서 커피를 사기 위해 카페를 찾으면서 주위를 좀 둘러보았는데, 확실히 호텔이 있는 1군의 시끌벅적함과는 전혀 다른 공기였다. 건물들이 다 크고, 관리가 되어있으며 시큐리티 가드들도 항상 있었다. 길도 넓고 조경까지 잘 되어있는 게 확실히 잘사는 동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한국어 간판이 많이 보였고 찜질방까지 있었다!
그나저나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괜찮아 보였던 카페들(비 프렌차이즈)이 전부 폐점해 있는 걸 보니 여기도 코로나 여파가 크긴 컸구나 싶었다. 이 이후로도 구글맵이나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찾은 식당들이 막상 가보면 임시휴무거나 아예 다른 걸로 바뀌어있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결국엔 프랜차이드 카페인 하이랜드 커피에서 커피를 샀다. 이번에도 달지 않은 커피 주문은 실패했지만... 그렇지만 일단 시원한 무언가가 필요한 날씨였으니까. 햇빛이 엄청났다. 아침에 호텔에서 나올 때가 돼서야 선크림을 한국에서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아서 맨피부인 상황이었는데, 무조건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선크림을 사 가야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날씨였다. 하지만 땀을 잔뜩 흘리더라도 궁금한 곳에 가보기는 해야 한다. 빠르게 녹아가는 얼음잔(커피는 몇 호흡에 다먹음)을 들고 'Ho Ban Nguyet Park'로 향했다. 꽤 크고 조경 구획 관리가 잘 되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공원이었는데, 더위탓인지 아직 평일의 이른 시간 탓인지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늘에 조금 앉아있는 사람들,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학생들, 학교에서 단체로 나온 것 같은 몇몇의 아이들 정도. 공원이 나와있는 인원에 비해 굉장히 커서 한적한 느낌이었다. 더웠지만 기운차게 뻗어있는 이국적인 식물들을 보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로도 더위는 이길 수가 없어서 30분 정도 둘러보고 그랩을 호출했다.
돌아오면서 빈컴 센터 왓슨스에서 필요한 몇 가지를 사 들고 호텔로 돌아와 잠시 넉다운. 샤워 타올을 사려고 했는데 당연히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없어서 조금 허망했다.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어제 먹었던 'My Banh Mi'가 아른거려서 고민 없이 재방문하기로 결정, 이번에는 헤매지 않고 스무스하게 가게로 입장했다. 오늘의 선택은 'Bo Kho', 그리고 스타터 메뉴 항목의 Gỏi Cuốn도 같이 주문했다. 반미는 역시나 이번에도 맛있었고, 고이 꾸온이 스타터라면서 양이 반미만큼 많았기에 결과적으로 과식을 하게 됐다. 매번 주의하려고 하는데 여행지에서는 왠지 항상 과식이다. 일단 혼자 가서 먹고 싶은 메뉴를 시키다 보면 양이 많아지기도 하고. 이제 배도 채웠겠다 씻고 잠시 쉬러 호텔로 복귀했다. 씻고 침대에 잠시 누웠다가, 호텔 루프탑에 10-18 짧은 시간만 영업하는 호텔내 마사지샵이 있다는 걸 생각하고 방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별로였다. 일반 샵보다 조금 비싼데다가, 그렇게 시원하지도 않았고 괜한 팁을 요구했다. 즐거운 마음, 즐거운 마음. 짜증을 내지 않고 숙소로 돌아와서 좀 더 쉬었다.
저녁 다섯 시에는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고 체력도 회복되었다 싶어서, 카메라를 둘러매고 밖으로 나갔다. 관광명소인 중앙 우체국을 잠시 지나 책방 거리, Children's Hospital 2라고 되어있는 큰 병원 구역을 빙 둘러 산책하며 사진을 좀 찍다 보니 얼추 투어 시간이 다가왔다. 예약해놓은 투어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알게 된 '현지 학생과 함께하는 거리 음식 탐방'이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여행한다곤 해도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상 아무 길거리 음식이나 맛보기에는 여의치 않은게 현실이라, 이런 투어로라도 맛보기 힘든 것들을 먹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꼼꼼히 살펴본 후기들도 모두 좋은 평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자 Mr.Hill이라는 친구가 나를 데리러 바이크를 타고 호텔 앞으로 도착했다. 그리고 건네준 헬멧을 쓰고 긴장한 나를 뒷좌석에 태우고 바이크가 달리기 시작했다.
투어는 장장 세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물론 에어비앤비 설명에 그렇게 시간이 잡혀있긴 했지만 정말로 그렇게 오랫동안 이동하고, 먹을 줄은 몰랐다. 꽃시장인 'Ho Thi Ky Flower Market'의 거리 음식점 밀집 골목에서 시작해, 바이크를 타며 간단한 도시 설명을 듣고 (시끄러워서 30%는 못 들었지만) 음료를 먹으면서 간단한 질문을 주고받는 굉장히 베트남 현실에 밀접하고 유익한 체험이었다. 먹은 음식의 종류가 많다 보니 먹은 양도 많아서, 마지막 음식인 Nem Nướng을 먹을 때쯤엔 정말 배가 꽉 찼다. 그러고도 다시 이동해서 포멜로가 들어있는 달짝지근한 음료를 길가에 앉아 디저트로 먹으며 투어를 마무리했다. 포멜로 음료를 먹으면서 반대편에 보이는 천막을 보고 있으니, Mr Hill이 장례식을 하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베트남 전통식은 아니고 중국식인 것 같다고. 베트남에서는 장례를 보통 집에서 7일 동안 치른다고 했다. 주변이 아주 시끄러워진다고. 그 말을 하자마자 천막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북 비슷한 것을 빠르게 치기 시작했다. 상주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하얀색 옷을 입고있는 것은 한국 전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Mr.Hill이 나를 호텔에 태워주고 나서 투어가 모두 종료가 되었다. 내색은 안했지만 이때쯤 정말 지쳐있었던 것이, 바이크에 처음 타보는 거라 이동할 때 뒷좌석 손잡이를 잡은 손에 땀이 나고 손아귀가 뻐근할 정도로 긴장한 상태로 몇시간이나 이동했기 때문이다. 방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거의 탈진 상태였다. 9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이었지만 너무 나른해서 일찍 잠이 들었다. 아직 몸이 베트남에 적응을 못 한 탓인지 중간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