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 것들 #06
'좋아하는 것들'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는데 특별히 기간을 정해두진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대략 한 달을 기준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PL@Y2'라는 앱으로 감상한 콘텐츠를 기록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월말이 되면 한 달 동안 무엇을 봤나 체크하게 되어 그때 이 글을 쓸 생각이 나기 때문인지도.
글을 여섯 번째 쓰면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 여기 쓸 만큼 좋아한다는 기준은 대체 무엇일까 라는 질문인데, 최대한 관대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저열한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지점이 있다면 소위 명작이 아니어도 무엇이 좋았는지 여기 기록하자는 느낌으로.
음악
01. M.I.L.K - Poolside Radio Vibe
여름이 되면, 귀로도 시원한 음악을 듣고 싶어진다. 그런 면에서 이 뮤지션의 음악은 앨범 내내 여름에 들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전작의 앨범 제목은 'Always Summer Somewhere'이니 애초에 여름을 사랑하는 뮤지션인 듯.
02. 넉살, 까데호 - 당신께
이 두 뮤지션이 EP를 통째로 발매해주다니 감사하다. 까데호의 전작들은 흐느적거리면서 땀 흘리며 춤추고 싶은 앨범들이었다면, 이 앨범에서는 그 들뜬 마음을 넉살의 차분하고 다소 냉소적인 가사가 잡아주면서 묘한 무게감의 음악들이 탄생했다. 계속 반복해서 듣고 싶은 앨범의 종류는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도 몇 번이고 다시 생각나서 찾아 듣게 될 것 같은 느낌의 앨범.
03. Drake - Honestly, Nevermind
드레이크는 드레이크다. 앨범을 들으면 어떤 트랙이 어떤 음악이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어쨌든 자주 틀게 되는 그런 종류의 앨범.
상업적으로는 성공할만한 트랙이 있는지 의문이긴 하지만, 나랑은 상관이 없지.
04. Grady - The Love Umbrella
습한 여름이어서 듣기 좋았던 것 같은 종류의 앨범.
05. FKJ - V I N C E N T
스타일을 바꾼 건가? 싶지만 그래도 듣기 좋은 앨범.
영상
01. 브로커
솔직히 말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제일 아래에 둘 법한 영화다. 그런데도 왜 좋아한 것들 리스트에 올라왔냐고 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화이기는 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번 작품에서는 다소 투박하게 표현이 되긴 했어도,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여러 변주는 시사하는 바가 있고, 동시에 보기 즐겁기도 하다. 송강호 배우의 칸 수상은 대단한 일이고 이 영화에서의 송강호의 연기도 참 좋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송강호의 수많은 대단한 연기들 사이에서 이 영화에서의 연기가 특출났는지는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배우의 역량을 떠난, 유행의 흐름에 따른 '주목도' 라던지, 수상을 위한 대외적 '홍보 전략'이 수상에 미치는 영향 같은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02. 파친코
좋았지만,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던 작품. 하지만 새로운 배우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컸다. 선자역의 김민하 배우는 모두들 좋아할 것 같고, 선자의 어머니 역할의 정인지 배우가 대단했다. 정웅인 배우 큰 작품에서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 딱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
03.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
다큐멘터리가 다루는 이 범죄와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응원을 보낸다. 내용에 대해서는 내가 어떤 말을 얹고 말고 할 여지가 없으나, 이 다큐멘터리의 촬영 방식과 애니메이션 연출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다. 이 범죄의 섬뜩함을 체험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 다소 장르적으로 표현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범죄자와 피해자를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의 연출도 같은 마음으로 '이게 맞나?'라고 생각했다. 쓰고 보니 비판을 한 것 같지만, 다큐멘터리의 존재 자체가 좋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뻗어나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테다.
04. 탑건 : 매버릭
탑건이라는 이름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 그 좁은 영역 안에서 최대한 모든 힘을 쏟아부은 것 같은 작품. 아주 단순한 구조 위에 '실재감'이라는 강력한 무기와 '흘러간 시간'이라는 무기를 양손에 들고 달려간다. 이 시리즈의 팬이 아니어도, 흘러온 시간 36년을 이렇게 활용해 버리면 마음이 끌릴 수밖에 없다.
다른것들
01. 북서울 시립미술관 - 조각 충동
02. 온마르스(ONMARS)의 귀여운 접시들